지구의 이상기온
추위를 무서워하지 않는 얼음덩어리가
강과 바다에 어지럽게 떠다니고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밀물이 들어오거나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강위에서
바다위에서
얼음덩어리가 손을 잡고
물속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것도 부족하면
용암을 분출시켜 화산재를 뿌리기도하고
잠시 잠들어있는 화산들을 일제히 깨워
활활 타오르게 하겠다고 권위적인 압력을 넣기도 한다.
바람이 불어와
눈보라가 쳐도
파도를 가로막고 있는 방파제처럼
울타리를 단단하게 치고
항복해올 인간의 자존심을 세밀하게 살피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서있기도 하다.
그리고 해마다 산을 태우고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지구의 강물이 궤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흘러도
사람들의 생각은 딱하나
남보다 더 풍요롭게
남보다 더 편리하게 달릴 수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위험하다며
예상보다 더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빙산 때문에
지구는 초긴장상태에 빠져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예언서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지구의 기후가
희귀병에 걸려있다며
마법으로도 풀 수 없는 뜨거운 눈물로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대책 없는 게으름으로 대처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으론 강철로 된 쇠붙이를 종잇조각처럼 날리며
초강력 태풍과 강도 높은 지진으로 겁을 주기도하고
인간이 만들어 논 과학의 끝에 서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노크를 하며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가슴에 품은 꿈과 희망을 성취시키기 전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자신이 저지른 죗값은 달게 받겠다며
앞만 보며 달리고 있는 사람들
아직까진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완전하게 억누를 수는 없지만
심장을 꺼내어 핏기 없는 얼굴로 만들거나
소우주인 인간의 정신세계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겁에 질려
끝까지 무섭다고 말할 사람들은 아니지만
광기어린 지구의 기후를 상대로
함부로 업신여기지도 못한다.
자고나면
지구가 멸망해버리거나
인간이 멸망해버리지 않는 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지구를 거대한 삽으로 퍼내거나
우주를 통째로 삼켜버릴 만한 용기하나로
지금껏 버텨온 역사이기에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오늘도 큰소리를 치며 위안을 삼고 있다.
2011년 2월 4일 금요일
입춘을 맞이하여 지구의 이상기온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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