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감각이 무뎌질 때

청아당 2011. 1. 30. 17:45

감각이 무뎌질 때

 

눈을 감고

의식을 내려놓으면

손에 쥘만한 것이 없어 즐겁다.

잡아야할 것이 많은 세상이지만

그만큼 내려놓아야할 것도 많다.

세월은 세월을 구분하지 않지만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나이를 구분하며 살아간다.

하루라도 더 살다보면

세월의 무상함과 오감(五感)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직도 뜨거운 열정이 온몸을 감싸고 있지만

세월 앞에선 하나 둘씩 옷을 벗게 된다.

감각은 젊을 때가 가장 예민하다.

우주 속에서 발견되어지고 있는 주옥같은 별빛이

베일을 벗고

우리들 앞으로 다가올수록

수억 광년에서 달려온 우주의 빛과 하나가 된다.

그것은 우리들을 놀라게 할 힘이자 우주적인 현상이지만

손을 넣어

우주를 흔들어보면

여전히 남는 것은 세월밖에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목을 조여 오는 감각

그 끝은 신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이다.

눈을 크게 뜨고

바람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달려보아도

세월보다 더 빠른 것은 없다며

신경보다

몸이 더 빨리 부딪히게 된다.

감각이 둔해진 것이다.

넘어진 후에야 알 수 있는 감각은

세월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극도로 예민한 신경이 무뎌져가는 것은

하늘이 우리들에게 내린 귀중한 선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감각을 닫고

바람에 떠밀리며 살아가라는 소리이기에

바람을 막아 버티는 것보다

바람보다 먼저 달려가는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유일한 길이다.

 

2011년 1월 30일 일요일

 

감각이 무뎌질 때를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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