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칼날 위에 선 바람

청아당 2011. 1. 30. 00:06

칼날 위에 선 바람

 

혹독한 추위와 맞서고 있는 자연

나무들은 하얀 옷을 입고

서있다.

산길을 덮고 있는 것도

설원이다.

우리에게 꿈을 안겨주었던 나무들이었는데

겨울에는 침묵을 지켜야한다며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는 겨울잠을

자고 있다.

귓불이 빨갛다.

손발이 얼 정도로 춥다.

발자국 자리가 선명하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약수터는 얼어있고

입김조차 얼어있다.

풍만한 바람소리는 숲 속을 흔든다.

바람도 칼날에 베일 때가 있다.

무소부재의 형체 없는 바람도

나뭇가지에 걸릴 때가 있듯이

칼날 위에 선 바람이 위태롭다.

겨울이 길면

봄은 짧다.

그만큼 달려가야 할 길이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월 29일 토요일

 

청량산 눈 쌓인 산길을 걸으며 숲속바위쉼터에서...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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