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종말(누락)
46억 년을 살아온 지구이다.
우주와 호흡하며
신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지구에서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본다.
셀 수 없는 별빛 속에서
나를 깨우는 것은
아침저녁으로
우주에서 날아들고 있는 우주에너지이다.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서있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호흡조차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공간에서
멈춰야하는 것은
침묵만이 아니다.
고요와 적막을 흔든 다음
어느 곳에서도 뛰어들 수 있는
우주의 한복판에 서있는 것이다.
무너진 흙더미위에 서있기도 하고
폭풍 속에서
성난 모습으로 달려드는 파도위에 서있기도 하고
지구의 종말을 들먹이며
멈추지 않는 바람에 넋을 놓고 서있기도 한다.
이미 지구의 종말이
수천 번은 이루어져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지구의 재앙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벗처럼 가까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이란
세월을 등에 업고 살아온 예언가들
예언은 예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인류 역사상
가장 견디기 힘든
삶의 덩어리에 짓눌려본 사람들이라면
지구의 종말을 받아들이고 싶을 것이다.
벼랑 끝에 서본 사람만이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듯이
모두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바닥으로부터 올라선 위대한 삶처럼
생사의 경계를 초월하고 싶을 것이다.
46억 년을 견뎌온 지구이다.
인간에게 안겨줄 수 있는 것이라곤
물로 뒤덮인 지구
불로 뒤덮인 지구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있는 인간의 욕심이 낳은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을 뿐이다.
그 모든 위험인자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고나면 여전히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다.
인류가 지구와 함께 살면서 남긴 것은
재앙과 파괴이다.
자연을 파괴한 만큼 그 죗값도 달게 받겠다고
그리고 수없이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 달린 결과이기도하다.
영원히 눈을 감고
손발을 내려놓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신과 마음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종말이라는 말끝에는 항상 시작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고 있다.
수없이 삽으로 퍼내어 지구를 흔들어왔지만
결국 인간의 손으로
북극의 곰을 위태롭게 해놓았고
남극의 황제펭귄을 위태롭게 해놓고 있다.
북극곰과 황제펭귄이 없어지는 날
우리들도 함께 없어질지도 모른다.
파괴되어져가는 과거의 지구를
끊임없이 미래로 끌고 가는
이 지구가
위태롭지만
늘 웃음으로 우주를 포용하며
인간이 아니더라도
지구는 위태롭게 서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기후로 인해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고
지진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고
과학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고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고
원인모를 제3의 힘에 의해 지구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다.
그리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우주의 질서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구이기에
언젠가는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끝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잠시 흔들리고 있는 지구를 들여다볼 수는 있을지언정
우주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지구는 건재하다며
행복한 미소로 답하고 있다.
그리고 폐허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우리들의 지구가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1년 1월 7일 금요일
지구의 종말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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