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누락)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낮추고
가슴 속에 숨겨 논 교만까지도 내던질 수 있어야한다.
누구를 믿는다는 것은
소통이자 영혼을 불러들이는 일이다.
한곳을 향해 평생을 가야할 길이기도하다.
순종은 믿음 속에서 자라나는 하늘 비이자
나무들이 흔들리는 숲 속을 헤쳐 나가는
겸손이기도하다.
분명 죽음을 내던질 수 있는 준비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고지순한 종교에 대한 믿음이 순종이듯이
하늘의 중심에 서있는
우주의 아버지로 통하고 있는 것이
하나님이다.
종교의 모습은 모두가 다르지만
역시 우주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하나님이자
우리들이 평안하게 지낼 수 있는 꿈의 안식처이기도하다.
하늘의 뜻은 간단하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한다.
숱한 신들의 모습에 반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만 믿어달라고 강조한다.
이것처럼 간단하고 명료한 주문은 없다.
힘들고 어려울 때
지팡이에 의지하듯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한곳을 향해 집중해달라고 한다.
자신만 믿어주면
그 나머지는 다 채워준다고 신의 이름으로 약속하고 있다.
뜻이 크고
가슴이 클수록
믿음에 대한 의지력은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그리고 믿음이란 절대자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종교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죽음을 불사하는 순교이다.
핍박을 받을수록 그 힘은
천 배로 늘어나고
만 배로 늘어나는 고무줄 같은 묘한 탄성력이 작용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목숨을 내던지는 것으로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길 위를 달리는 바람처럼
소유를 버리고
무소유를 선택해야한다.
비록 소유 속에서 무소유를 즐겨야할 인생일지언정
모두를 버리는 가운데
또다시 탄생하는 우주의 화려한 외출처럼
우리에게 순종이야말로
그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하다.
버리는 것은
갖는 것이다.
텅 빈 허공 속에 신비의 무덤들이 숨겨져 있듯이
손만 내밀면
평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신비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소유도 아니고
무소유도 아닌
우주의 중심에 서있는 하나님의 안락한 품이자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2011년 1월 3일 월요일
순종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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