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살아있는 한순간(누락)

청아당 2010. 12. 26. 22:59

살아있는 한순간(누락)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

자고나면

늘 같은 모습으로 달려 나가는 바람

자화상은

보아도보아도 끝이 없다.

한순간을 정지시켜놓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비교해보아도

중심에 서있는 것은

오늘이다.

반복된 하루로 시작해서

끝이 나는 하루

그 끝에는 지구가 돌고 있고

우주가 자리 잡고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영하 71도가 넘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아야한다면 살아남아야한다.

영상 50도가 넘는 혹서의 더위 속에서도

살아남아야한다면 살아남아야한다.

순간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모여 한해가 되는

시공의 끝점에서

우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살아온 날들을 손꼽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눈을 감는 순간

우주를 향해 자리를 박차며 달려 나가는 일이다.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눈 비비며 일어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살아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현실을 등에 업고 달려 나가야한다.

그리고 희망 없는 희망을 찾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온통 가슴속에서 찢기는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걸어야하고

달려야하고

줄에 매달려 흔들리며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몸을 맡겨야 한다.

하루가 가기 전에

산에 올라가 큰 소리로 메아리를 불러들이거나

바다에 나가 지구가 떠나가도록

우주를 향해 소리쳐보지만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그리고 내일이 있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어 좋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침묵 속에서

온몸을 불사르며 살아가는 삶

거부할 수 없는 살아있는 한순간으로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변할 것 같지 않던

오늘을 변하게 하며

침묵에 걸려있는 우주의 혼을 흔들어 깨워본다.

 

20101226일 일요일

 

청량산 숲속바위쉼터에서 살아있는 한순간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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