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산다는 것(누락)

청아당 2010. 12. 24. 17:49

산다는 것(누락)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들은

혹한의 바람을 맞고 서있다.

봄이 아니더라도

여름이 아니더라도

옷 한 벌 걸쳐 입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가고 있다.

보름달이 가슴에 안길 때까지

밤하늘을 손으로 만져본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밤하늘

우리들에게 하늘은

따뜻한 아랫목처럼 느껴진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멈춘 후

다시 들이마시는 숨이지만

오가는 세월은

코로 들어갔다가

입으로 빠져나온다.

구멍 뚫린 숲이 달려야할 곳은

산과 바다이다.

그것도 망망대해에서 바라보는 원형의 바다이다.

산다는 것은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구름처럼

바람에 밀리며 살아가는 그런 곳이다.

굳은 표정으로 산 정상에 눌러앉아있는 바위도

수천 년을 달려와 딱 한 번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도

넋 놓고 서있는 순간

죽음의 경계에 갇힐 수 있기에

자연의 품속을 빠져나와

지구를 돌며

우주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날마다 안부를 물으며

살만한지를 묻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사라지는 속도는

빛보다 빠른 우주와 또 다른 우주 사이를 오가는

순간이동으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신조차 멈출 수 없는

우리들만의 세계를 그리며 고집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비록 죽음보다 더한 삶이지만

죽음과 손을 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서있는 그 자리를 사수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야한다며

태어나기 전부터

하늘에 새겨놓고 온 약속이라고 한다.

 

20101224일 금요일

 

산다는 것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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