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누락)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들은
혹한의 바람을 맞고 서있다.
봄이 아니더라도
여름이 아니더라도
옷 한 벌 걸쳐 입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가고 있다.
보름달이 가슴에 안길 때까지
밤하늘을 손으로 만져본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밤하늘
우리들에게 하늘은
따뜻한 아랫목처럼 느껴진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멈춘 후
다시 들이마시는 숨이지만
오가는 세월은
코로 들어갔다가
입으로 빠져나온다.
구멍 뚫린 숲이 달려야할 곳은
산과 바다이다.
그것도 망망대해에서 바라보는 원형의 바다이다.
산다는 것은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구름처럼
바람에 밀리며 살아가는 그런 곳이다.
굳은 표정으로 산 정상에 눌러앉아있는 바위도
수천 년을 달려와 딱 한 번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도
넋 놓고 서있는 순간
죽음의 경계에 갇힐 수 있기에
자연의 품속을 빠져나와
지구를 돌며
우주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날마다 안부를 물으며
살만한지를 묻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사라지는 속도는
빛보다 빠른 우주와 또 다른 우주 사이를 오가는
순간이동으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신조차 멈출 수 없는
우리들만의 세계를 그리며 고집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비록 죽음보다 더한 삶이지만
죽음과 손을 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서있는 그 자리를 사수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야한다며
태어나기 전부터
하늘에 새겨놓고 온 약속이라고 한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산다는 것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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