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쓰러져도
2010년 9월 2일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쓸고 간 청량산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있다.
제법 울창한 숲길이었는데
혹여
전망대에 올라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를 바라볼 때
방해될까봐
스스로 바람에 밀려 쓰러졌는지도 모른다.
정상마다 조망권을 위해
사람 키에 맞춰 잘라 논 나무들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정상뿐 아니라 손대지 말아야할 중턱부분까지
강력한 태풍이 대신 해결해주었다.
평소에 남다른 정성으로
청량산을 보살펴온 연수구청이었는데
자연재해 앞에서는 두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계단을 만들고
휴식처를 만들고
정자들을 세워 놓았지만
큰 걸음으로 달려오는 바람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
30년 넘게 지켜본 청량산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나무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함께 지내온 벗들을 잃어 상심어린 마음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올해는 바람이 잘 다니는 길목의 주변마다
어지럽게 쓰러진 나무들로 가슴이 아프다.
사색의 길에서도
명상의 길에서도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번에 불어온 “곤파스” 태풍은
자연공학을 공부하고 온 바람처럼
입체적인 작전을 펼쳐
나무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지능적인 바람으로
통하고 있다.
구청에서는
전기톱으로 밑동을 잘라내고
뿌리째 뽑힌 나무들의 몸통도 잘라내어
숲 속에 가지런하게 정리해두었다.
약수터가 많아도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한 나무들
바람에 쓰러져도
청량산의 정신만큼은 가슴에 새겨야 한다며
서해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리고 발아래에 펼쳐진
꿈의 세계를 안고 있는 만큼
슬퍼할 시간도 없이
상처받은 몸으로
오늘도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2010년 12월 4일 토요일
청량산 “동심의 숲”에서 2010년 9월 2일에 발생한 “곤파스”의 태풍에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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