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약한 바람

청아당 2010. 12. 25. 12:00

약한 바람

 

갑자기 바람이 멈췄다.

쉬지 않고 불어야할 바람이

그물에 걸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가야할 길이 먼 바람이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과 40일간 대수술을 받고 돌아온

“짝퉁”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G20 정상들을 불러들였던

폭풍과도 같은 큰 바람이었는데

지금은 각국에서 목을 조여오고 있다.

큰형님과도 같은 등에 기대어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정작

큰 기침소리에는 몸을 낮추고 있는 바람이다.

반면에 같은 분단국가인 북한은

핵무기 하나로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하며

6자회담 하나만 갖고도 수년을 버티며

3대째 세습을 준비하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돌진으로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이면에는 살이 깎이는 고통 속에서

중국에게 하나 둘 땅을 내어주고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데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외치는 것도

땅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리고 혼자보다는 둘의 힘이 더 낫기에

예기치 않은 무력충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주장하는 것은

낮과 밤의 무대를 걷고 있는

이유 없는 활보를 멈추게 하는 데에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이것은 힘없는 바람의 서러움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좋지만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바람이 불어야할 때이다.

5천년을 이어오면서

발한 번 편히 뻗지 못하고 살아온 길이었지만

그래도 나라가 위급하면 제일먼저

정신력으로 뭉쳐온 나라이다.

체중이 작다고 우습게 보는 나라들을

놀라게 해주고

반쪽밖에 안 되는 분단의 나라에서

이만큼 큰 나라도 없다.

바람이 약하다고

정신까지 약하지는 않다.

살아있는 바람이

젊은이들의 혈액 속에서 돌고 있는 한

세계를 향해 달릴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이 살아가야할 길이고

약한 바람이 강한바람을 누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0년 12월 25일 토요일

 

약한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를 맞이하며(2011년)  (0) 2011.01.01
살아있는 한순간(누락)  (0) 2010.12.26
산다는 것(누락)  (0) 2010.12.24
선택의 기로(누락)  (0) 2010.12.21
태풍에 쓰러져도  (0) 201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