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순종(누락)

청아당 2011. 1. 3. 21:33

순종(누락)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낮추고

가슴 속에 숨겨 논 교만까지도 내던질 수 있어야한다.

누구를 믿는다는 것은

소통이자 영혼을 불러들이는 일이다.

한곳을 향해 평생을 가야할 길이기도하다.

순종은 믿음 속에서 자라나는 하늘 비이자

나무들이 흔들리는 숲 속을 헤쳐 나가는

겸손이기도하다.

분명 죽음을 내던질 수 있는 준비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고지순한 종교에 대한 믿음이 순종이듯이

하늘의 중심에 서있는

우주의 아버지로 통하고 있는 것이

하나님이다.

종교의 모습은 모두가 다르지만

역시 우주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하나님이자

우리들이 평안하게 지낼 수 있는 꿈의 안식처이기도하다.

하늘의 뜻은 간단하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한다.

숱한 신들의 모습에 반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만 믿어달라고 강조한다.

이것처럼 간단하고 명료한 주문은 없다.

힘들고 어려울 때

지팡이에 의지하듯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한곳을 향해 집중해달라고 한다.

자신만 믿어주면

그 나머지는 다 채워준다고 신의 이름으로 약속하고 있다.

뜻이 크고

가슴이 클수록

믿음에 대한 의지력은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그리고 믿음이란 절대자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종교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죽음을 불사하는 순교이다.

핍박을 받을수록 그 힘은

천 배로 늘어나고

만 배로 늘어나는 고무줄 같은 묘한 탄성력이 작용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목숨을 내던지는 것으로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길 위를 달리는 바람처럼

소유를 버리고

무소유를 선택해야한다.

비록 소유 속에서 무소유를 즐겨야할 인생일지언정

모두를 버리는 가운데

또다시 탄생하는 우주의 화려한 외출처럼

우리에게 순종이야말로

그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하다.

버리는 것은

갖는 것이다.

텅 빈 허공 속에 신비의 무덤들이 숨겨져 있듯이

손만 내밀면

평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신비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소유도 아니고

무소유도 아닌

우주의 중심에 서있는 하나님의 안락한 품이자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201113일 월요일

 

순종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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