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표(누락)
움직이지 않는 바람은 바람이 아니다.
뒤돌아볼 때
항상 거기 서 있어야 할 바람이
부대끼는 사람들 틈에 섞여있거나
홀로 숲 속에 갇혀
갈 길을 잃어버린 바람이어서는 안 된다.
바람은 바람다워야 하고
구름은 구름답게 흘러가야하듯이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고난과 시련이
높은 벽에 막혀
더 이상 달릴 수 없어서는 안 된다.
잠시 나뭇가지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며
휴식을 즐기는 바람은 될 수 있어도
영면하듯 한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뜻하는 일이고
숨을 멈춘다는 것은 죽음을 예고하는 일이지만
또 다른 행복을 약속하거나
쉽게 찾아낼 수 없는
우주의 공간에 숨어있는 1인치 하늘 문을 향해
좋은 자리를 미리 예약해놓는 일과 같다.
언젠가는 한번은 가야할 안식처이자
꿈의 공간이지만
달리는 길은 막힘이 없어야 되고
눈뜨자마자
삶에게 안부를 묻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주를 향한 꿈으로 그쳐서도 안 되고
지구를 향한 꿈으로 그쳐서도 안 되고
현실과 이상이 서로 다른 꿈을 꾸어서는 더욱 안 된다.
지표는 지남철처럼
북쪽을 가리키고 있지만
때로는 목소리를 낮추며
풍요로운 들판을 향해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죽음의 문턱에 서있더라도
손부터 내밀지 말고
발부터 먼저 내밀어 앞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그리고 삶의 지표는 서있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길에서 출발하고 있듯이
자나 깨나 달리는 연습으로 지표를 삶아
바닥의 끝에서
과거보다 더 화려한 발걸음과 눈으로
오늘을 즐거워하며 내일이 기다려지는
꿈의 바람을 불러들일 수 있어야한다.
2010년 11월 3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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