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누락)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는 텅 빈 공간으로 남는다.
길목이 좋을수록
땀구멍을 시원하게해주며
정신마저 맑게 해준다.
산에서 두는 바둑은
신선이 하는 일이지만
나이를 몸으로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하는 일이다.
우리가 알아낼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지식으로 알아내지 못하면
지혜로 알아내고
지혜로 알아내지 못하면
영혼으로라도 알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바람은 달리라고 있는 것이고
길은 바람을 쫓으라고 있다.
숨을 멈추거나
심장을 멈추게 하면
하늘은 땅을 치며 울고
땅은 하늘을 향해 운다.
무엇이 그리 가슴에 쌓인 게 많다고
산에다 심어놓은 나무들의 단단한 목숨까지 뽑아내며
서해를 향해 추억으로 서있는지 모른다.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슬픔으로
두 팔로 산을 껴안고 있다.
산다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일이다.
죽는다는 것은
삶의 끝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그 끝이 또 다른 끝을 향해 달리더라도
끝없이 원에 뛰어드는 일은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삶을 무서워하거나
죽음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패기가 있기에
살아있는 동안은
기쁨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기어이 알고 나서야 손을 내려놓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삶은
끝을 이야기하기위해 태어난 것이고
우리들의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서 손을 맞잡고
술래잡기를 하기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아는 만큼
눈에 보이는 만큼 살아가고 있듯이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우리들은 삶을 노래할 것이고
그리고 생명이 다하는 날
우리들만의 죽음을 노래할 것이다.
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청량산 정상에서 서해에 펼쳐진 인천대교를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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