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빙빙 도는 바람(누락)

청아당 2010. 10. 27. 20:03

빙빙 도는 바람(누락)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걷는다.

수없이 걸었던 길도

뒤돌아서면

처음 길이다.

분명 가슴으로 달리고

발로 달렸던 길이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면

늘 새로운 길로 변해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꿈에서 깨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도 오래 달리면 지치듯이

사람도 오래 살면 지쳐간다.

경계가 없는 세월일지라도

등이 휘어지지 않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할 의무가 있듯이

사람도 나이를 붙잡고

그동안 달려왔던 삶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한다.

기쁨이 있으면 행복했노라 말하고

슬픔이 있으면 불행했노라 말하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노라고

그리고 발등을 찍히고도

길 위에 바람만 불어준다면

살아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늘에다 맹세를 하며

땅에다 직인을 찍어

살아온 흔적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사방이 막혀도

뚫리는 길이 있어

달리는 바람을 쫓아가듯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빙빙 도는 바람이다.

바람이 길이 되고

길이 바람이 되는 날

행복도

불행도

모두 다 즐거웠노라고

큰소리 내며 산을 울리게 하는 메아리처럼

원초적인 길을 찾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간 길은 잊어도 좋지만

두 번 간 길은 잊으면 안 된다.

자고나면

우리 곁을 돌고 있는 바람이 있는 한

그리고 길이 있는 한

회전하는 삶은 바람을 따라 달려가야만 한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위치에서

어서 오라고

힘내라고

서있는 동안 주저앉으면 안 된다고

꿈 아닌 현실에서

소중한 행복을 찾을 때까지

등을 두드려주며 영원하라고 말해줄 때까지

우리들의 꿈을 버리면 안 된다.

 

20101027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