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도는 바람(누락)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걷는다.
수없이 걸었던 길도
뒤돌아서면
처음 길이다.
분명 가슴으로 달리고
발로 달렸던 길이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면
늘 새로운 길로 변해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꿈에서 깨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도 오래 달리면 지치듯이
사람도 오래 살면 지쳐간다.
경계가 없는 세월일지라도
등이 휘어지지 않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할 의무가 있듯이
사람도 나이를 붙잡고
그동안 달려왔던 삶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한다.
기쁨이 있으면 행복했노라 말하고
슬픔이 있으면 불행했노라 말하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노라고
그리고 발등을 찍히고도
길 위에 바람만 불어준다면
살아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늘에다 맹세를 하며
땅에다 직인을 찍어
살아온 흔적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사방이 막혀도
뚫리는 길이 있어
달리는 바람을 쫓아가듯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빙빙 도는 바람이다.
바람이 길이 되고
길이 바람이 되는 날
행복도
불행도
모두 다 즐거웠노라고
큰소리 내며 산을 울리게 하는 메아리처럼
원초적인 길을 찾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간 길은 잊어도 좋지만
두 번 간 길은 잊으면 안 된다.
자고나면
우리 곁을 돌고 있는 바람이 있는 한
그리고 길이 있는 한
회전하는 삶은 바람을 따라 달려가야만 한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위치에서
어서 오라고
힘내라고
서있는 동안 주저앉으면 안 된다고
꿈 아닌 현실에서
소중한 행복을 찾을 때까지
등을 두드려주며 영원하라고 말해줄 때까지
우리들의 꿈을 버리면 안 된다.
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인재(源仁齋) - 경원대로 (0) | 2010.11.04 |
---|---|
삶의 지표(누락) (0) | 2010.11.03 |
술래잡기(누락) (0) | 2010.10.24 |
알프스 소녀 하이디하우스 - 문학공간 (0) | 2010.10.17 |
예기치 않은 삶(누락) (0) | 2010.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