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재(源仁齋) - 경원대로
겨울을 이겨내고 가속기를 밟는다.
좌우로 5차선이 있고
중앙분리대인 그 중앙엔 가로수가 놓여있다.
둘을 합하면 10차선이 된다.
겨울이 어제였던 기억이 나는데
늦가을 단풍이 줄지어 서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바람을 몰고 온다.
“인천 이씨 중시조인 이허겸(李許謙)의 묘 앞에 세워진
팔작지붕 형식의 단아하고 소박한 한옥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로 옛날 한옥의 정취가 그윽하다.
원래는 근처 신지마을에 있었으나
택지개발로 지금 자리로 옮겨져 있다.”
인천 문화재 자료 제5호인 원인재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길목에 서있다.
이 길을 달려야만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실 수 있고
차를 마시는 동안
인천상륙작전기념관과 인천시립박물관을 감싸고 있는
청량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들을 올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아암도(兒岩島) 해변친수공간과 함께하는
백제초기 중국과의 통교의 흔적이 묻어나는 능허대에 오를 수 있고
1964년 4월에 개장한 송도유원지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만날 수 있고
영종도에 자리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100년을 버틸 인천대교 위를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다면
오는 세월도 막을 수 없다.
오가는 세월이 허리를 펼 때마다
사계절이 바뀌고
그 위에서 서해를 바라보며
청량산 정상에 우뚝 서서
큰소리로 메아리를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은
가슴이 열리는 시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놓지 않아도 모든 것을 놓게 하는 산이자
보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보게 하는 산이다.
과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까지
비바람 치는 나무들을 흔들어 깨우며
어떤 때는 고요와 적막으로 잠들게 하고
어떤 때는 우주와 함께 잠든 침묵으로
나무들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10차선으로 뚫린 원인재 길을
달려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처음이 즐거우면
맨 끝에 매달려있는 나뭇잎도 즐거움을 노래하듯이
오가는 길이 더욱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다.
택지개발이 되기 전에는 길 없는 길이었는데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찾아낼 수 있는 길로 변해져있다.
과거와 현재를 달리는 과학이
미리 미래를 앞질러 달려갈 순 없지만
분명 길 위에 또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하루에도 수없이 새로 생겨나는 길 때문에
내비게이션은 몸살을 앓고 있다.
찾지 않아도 될 길을
전국을 돌며 찾아내야만 하는
특명이 거둬들여지지 않는 이상
밤낮을 달려야만 하는 우리들의 길벗 내비게이션이다.
길은 길을 아는 사람만이 다닐 수 있다.
길 없는 길을 달릴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새로운 길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길이기도하고
손에 잡히는 길이기도하다.
결국 우리가 달려야할 길은
작은 길을 달린 후에
큰 길을 달리는 일이다.
* 원인재(源仁齋)
인천지하철 1호선 원인재역에서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원인재(소재지 : 인천광역시 연수구 연수동 584)는 인천 이씨의 중시조(中始祖)인 이허겸의 재실(齋室)이다. 중시조란 기울어진 가문을 다시 일으킨 조상을, 재실은 묘소에 딸려 있는 전각이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을 말한다. 지금의 원인재는 원래 건물이(건물의 본래위치는 연수구 연수동 적십자요양원으로 들어가는 좌측의 신지마을에 있었으나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해 해체되게 되어 이허겸의 묘역이 있는 까치섬으로 옮겨 복원하였다.) 지금의 택지개발로 철거됨에 따라 이 가문에서 새로 지어 1999년 완공한 것이다. 원인재의 '원인'은 '인주 이씨, 곧 인천 이씨의 근원'이라는 뜻이다.이곳에는 원인재 등의 한옥과 이허겸의 묘소가 있는데, 묘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이 꽤 운치 있다. 인주 이씨는 고려시대에 전성기를 누려 이허겸의 외손녀 3명이 모두 현종의 비(妃)가 됐고, 이허겸의 손자인 이자연의 세딸은 모두 문종의 비로 들어갔다. 특히 이자연의 장녀 인예순덕 태후 이씨는 순종·선종·숙종과 함께 불교 천태종의 창시자인 대각국사 의천의 어머니이다.
2010년 11월 4일 목요일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인천 원인재 대로를 달리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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