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흔드는 사람들
죽음을 눈앞에 둔 것도 아닌데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번 웃으면
한번은 울어야하는
인간시스템의 구조가 불만스럽다고는 하지만
항상 웃거나
항상 울게 되면
깊게 패인 주름살 때문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
웃음 뒤에는
슬픔이 있다.
한없이 달리는 바람 때문에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고
한없이 달리지 못하는 구름 때문에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다.
손을 흔들면
세월이 달아날까봐
나무들을 굳게 붙잡고
손바닥을 모아
경건한 의식인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또 다른 짐들을
등에 올려야하는 사람들
그 무게에 짓눌려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몇 걸음도 못가 주저앉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넘어지면
일어서야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잠시 눈을 감는 사람들이 있다.
삶을 뒤돌아본다는 것은
사색을 하기위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사색보다 더한 죽음의 길에서
옳고 그름을 깨닫기 위해 명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가다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가슴에 품은 한을 내려놓지 못하듯이
누구나 한번쯤은
삶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예고하며
블랙홀보다 더 깊은 우주의 끝에서
삶의 진실을 바라보며
편히 눈감을 때까지
고요의 가장 안쪽에서
침묵으로
우주와 대화를 하며
지금 살아있음을 고마워한다.
행복보다
슬픔보다
더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고
물에 잠긴 달을
손으로 건져내며
가슴에 쌓인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하듯이
올려놓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내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끝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때까지
행복했었다고
즐거웠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손을 흔들 수 있어야한다.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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