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열대야
자연을 터놓은 것은 바람이다.
창문도 없는 숲길을 걸어가는
발끝에서 느끼는 것은
호흡을 통한 신선함이다.
피부가 시원하고
영혼이 시원하다면
가슴을 열어 우주로 향해도 된다.
그만큼 하늘로 통하는 길은
바람이 아니면
땅 끝에서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굳게 잠긴 창문을 열게 하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도
그리고 머리끝을 따가운 햇살로 내리쬐도
약수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한 모금이면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걸음걸음마다
등 뒤로 땀이 엉켜오는 물방울이
땀으로 샤워하게 하지만
손을 놓고
마음을 놓으면
정적인 차가움이 온몸으로 지나간다.
움직이면 더욱 뜨겁지만
멈추면 시원함이 다가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 거둬간다.
이열치열
더우면 더위에 도전하여
더위에 맞서고
추우면 추위에 도전하여
추위에 맞서면 된다.
바람이 없는 무더위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여름을 잊지 말라는 충고다.
얼마 안 있으면 가을이 온다.
이미 가을이 와있는지도 모른다.
밤에는 귀뚜라미가 가을을 불러들이고
낮에는 매미가 여름을 불러들인다.
중용의 계절인 환절기
어느 곳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면
여름도 되었다가
가을이 되기도 한다.
발끝에 맴돌기 전에
산을 밟고
바다를 헤엄쳐 나가면
산은 계곡으로 와달라고 조르고
바다는 망망대해에서
여름을 식히라고 유혹한다.
더위가 다 가기 전에
우리에게 달려오는 바람이 있는 한
더위도 참고
추위도 참아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을 즐겨야한다.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