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인연2

청아당 2010. 8. 21. 13:01

인연2

 

저 먼 우주에서 달려와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

삶도 죽음도

모두가 하나인 이 세상에서

서로가 얼굴을 알아보고

껴안을 수 있다면

숙명처럼 엮어진 인연이다.

잡아도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놓아도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우리에게 서로의 만남이 없었다면

황폐한 감정만이

이 지구를 감싸며 돌고 있을 것이다.

인연은 무서운 것이다.

날마다 다가오는 희열이 없다면

족쇄처럼 영원할 것 같은 발걸음도

한낱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로

서 있게 된다.

서로가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눈뜨면 멀리 달아나고

눈감으면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 삶의 중심을 말한다.

잡지 않아도

놓지 않아도

허공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은 무수한 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손엔 바람을 불러들이고

한 손엔 구름을 불러들여

전체와 하나가

하나와 전체가

한 몸에서 탄생한 위대한 생명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가는 곳이 바람이요

서 있는 곳이 구름이다 보

오고 감이 없는 틈새 속에서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다시 만날 운명처럼

길 없는 길을 달리고 있다.

 

2010821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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