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2
저 먼 우주에서 달려와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
삶도 죽음도
모두가 하나인 이 세상에서
서로가 얼굴을 알아보고
껴안을 수 있다면
숙명처럼 엮어진 인연이다.
잡아도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놓아도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우리에게 서로의 만남이 없었다면
황폐한 감정만이
이 지구를 감싸며 돌고 있을 것이다.
인연은 무서운 것이다.
날마다 다가오는 희열이 없다면
족쇄처럼 영원할 것 같은 발걸음도
한낱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로
서 있게 된다.
서로가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눈뜨면 멀리 달아나고
눈감으면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 삶의 중심을 말한다.
잡지 않아도
놓지 않아도
허공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은 무수한 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손엔 바람을 불러들이고
한 손엔 구름을 불러들여
전체와 하나가
하나와 전체가
한 몸에서 탄생한 위대한 생명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가는 곳이 바람이요
서 있는 곳이 구름이다 보니
오고 감이 없는 틈새 속에서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다시 만날 운명처럼
길 없는 길을 달리고 있다.
2010년 8월 21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