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허구(누락)

청아당 2010. 8. 28. 13:26

허구(누락)

 

분명 보았던 형상이 있었는데

뒤돌아서면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바람처럼

처음부터 잡히지 않는 허상이

잠깐 스쳐 지나간 것이다.

아무리 달려도

우주의 끝을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이

허구이다.

잡아도

놓아도

실상처럼 존재해온 허상이

우리들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은

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영원한 허구이고

눈을 뜨면

영원한 실상이다.

경계는 이 둘을 끌어다 한곳에 묶어두어

허상과 실상을 구분하기도하고

경계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원에 뛰어드는 것은

실상을 보기위한 노력보다는

허상을 보기위한 노력을 더 즐기기 때문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우주이다.

우리가 느꼈던 그 많은 실상들을

우리가 느꼈던 그 많은 허상들을

하나로 묶어

탄생과 죽음으로 이해하려는 까닭이다.

 

2010828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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