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누락)
분명 보았던 형상이 있었는데
뒤돌아서면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바람처럼
처음부터 잡히지 않는 허상이
잠깐 스쳐 지나간 것이다.
아무리 달려도
우주의 끝을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이
허구이다.
잡아도
놓아도
실상처럼 존재해온 허상이
우리들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은
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영원한 허구이고
눈을 뜨면
영원한 실상이다.
경계는 이 둘을 끌어다 한곳에 묶어두어
허상과 실상을 구분하기도하고
경계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원에 뛰어드는 것은
실상을 보기위한 노력보다는
허상을 보기위한 노력을 더 즐기기 때문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우주이다.
우리가 느꼈던 그 많은 실상들을
우리가 느꼈던 그 많은 허상들을
하나로 묶어
탄생과 죽음으로 이해하려는 까닭이다.
2010년 8월 28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