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가장 행복한 일이다(누락)
자연을 등에 업고 숲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머리를 식힐 수 있어 좋고
명상을 할 수 있어 좋은 곳이
숲 속에 갇힌 사람들이다.
청량한 숨결이 기다리고 있는 숲
갇혔던 가슴을 풀어
산길을 걸어가게 하고
달콤한 약처럼
잘 익은 약수 한사발이면
세상을 다 가진 후
우주를 품을 수 있는 큰 그릇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발 한발 산길을 오르는 것은
산 냄새를 맡기 위한 의무보다는
우주와 하나가 되어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로 기억되기도 한다.
경쾌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정상에 올라
깊이 잠든 메아리를 불러들이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우주를 박차고 뛰어나가는 바람처럼
온몸으로 달려들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자신을 던지고
머리에 감춰진 지식까지 다 버리게 한 다음
손에 쥘 수 없는
침묵으로 깊이 잠들게 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 끝이 발끝에 달려있다 해도
그 끝이 손끝에 달려있다 해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청량감과 곡선으로
땅에 엎드리고 있는 못생긴 소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있기에 가능하다.
가끔씩 흔들릴 때마다
침묵을 깨워 고요로 내보내지만
적막처럼 무거운 길이
우리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보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듣는 것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오감으로도 모자라
육감으로 중무장하여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있어도 보이지 않고
없어도 보이지 않는
우주만의 비밀로 굳게 서있는 한
사람들은 사람답게 살다가기를
간절하게 원한다.
하지만 꿈은 꿈으로 달려가고
현실은 치열한 삶의 끝을 움직이기도 한다.
보아라!
온몸으로 달려드는 우주의 바람을
그리고 시작과 끝이 경계를 잃어버린 날
우리는 죽었던 영혼을
되살리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단순한 생명들의 잔치가 아니라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귀를 빌려
오늘도 행복했고
내일도 행복했고
어제도 행복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우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손짓을 하는
고요의 극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0년 8월 29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기치 않은 삶(누락) (0) | 2010.09.29 |
---|---|
요가의 향기와 필라테스(전문) (0) | 2010.09.01 |
덫(누락) (0) | 2010.08.29 |
허구(누락) (0) | 2010.08.28 |
종교 (0) | 2010.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