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더한 바람
등에 진 짐이 없어도
등에 진 짐이 있어도
부는 바람이 있다.
어깨를 누르고
등을 누르고
허리를 누르는
견딜 수 없다는 비명에도
여전히 바닥에서 바람이 분다.
손쓸 틈도 없이
안부처럼 다가오는 바람이다.
비바람이 혹독하게 불어와도
폭풍우가 산을 깎아내고
도로를 막아도
한번은 불어야하는 바람이기에
죽음보다 더한 바람이 발끝에서 움트고 있다.
누구를 위해 부는 바람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 멈추는 바람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사람마다
정해진 길을 답습하듯
전에 걸었던 길을 똑같은 발걸음으로 지나간다.
우리에게 언제 선택권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언제 반항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희망은
바닥으로 추락하는 꿈은
바람으로 인해 꿈도 되었다가
현실이 되기도 한다.
저 먼 세상에서 우주를 흔들어보아도
죽음보다 더한 바람은 찾을 수가 없다.
눈뜨면 다가오는 현상과
눈감으면 사라지는 현상
궁합처럼 손뼉 치며 좋아하지만
깊고도 깊은 침묵에
바람조차 멈춰버린다.
깨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바람처럼…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죽음보다 더한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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