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바람이 다니는 길목(누락)

청아당 2010. 7. 2. 11:43

바람이 다니는 길목(누락)

 

숨 한 번 크게 쉬고 걷다보면

수억 년의 인연과 만나게 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숱한 세월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새로운 도전은 계속되고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앞만 보며 달린다.

바람이 불때마다

걸터앉을 수 있는 나무가 있어 좋고

서서 걸을 수 있는 나무가 있어 더욱 좋다.

보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는 것은

명상에 들 수 있는 지름길로 통하기에

하늘로 난 빈틈으로

달려 나가는 바람은

외롭지 않은 우주와 함께 한다.

그리고 손끝에 닿는 촉감이 있어 좋고

발끝에 닿는 촉감이 있어 더욱 좋다.

눈뜨면 사지를 움직여

하루 1~2시간씩

걷거나 뛰어다니며

굳어져가는 허리 살을 다듬어야한다.

전체는 부분을 위해 달리고

부분은 전체를 위해 달리고 있다.

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태풍으로 변해

거대한 뿌리를 뽑아내도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한 채

자율신경이 떨어져나간다.

바람이 다니는 길목은 단 하나이다.

지치고 힘들 때

두 다리를 뻗고 이마를 식혀줄 수 있는

정자나 터널을 이룬 나무그늘이면 충분하다.

바람은 따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산을 흔들고

강을 흔들고

바다를 흔들며

우주까지 흔들고 있다.

그 끝이 우주와도 같기에

그 끝이 지구와도 같기에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바람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늘을 향해 지팡이로 내려치기도 하고

땅을 향해 다음 길목을 달리기도 한다.

숲이 깊어도

강물이 깊어도

바다가 깊어도

때 되면 하늘을 굉음으로 불러들여

뇌성벽력으로 죽음보다 더한

삶의 끝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착하고 고운 모습으로

산허리에 걸터앉아

깊게 숨겨져 있는 숲 속을 흔들기도 한다.

바람이 있는 한

우리들의 가슴은 식지 않을 것이고

불사조 같은 바람은 영원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그리고 수억 년을 달려온 바람이기에

과거가 한눈에 보이고

오늘을 거쳐 내일까지도

빈 공간을 달릴 설계도를 펼치며

하늘과 땅을 향해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우주가 없어질 때까지

우리들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201072일 금요일

 

바람이 다니는 길목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