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다니는 길목(누락)
숨 한 번 크게 쉬고 걷다보면
수억 년의 인연과 만나게 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숱한 세월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새로운 도전은 계속되고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앞만 보며 달린다.
바람이 불때마다
걸터앉을 수 있는 나무가 있어 좋고
서서 걸을 수 있는 나무가 있어 더욱 좋다.
보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는 것은
명상에 들 수 있는 지름길로 통하기에
하늘로 난 빈틈으로
달려 나가는 바람은
외롭지 않은 우주와 함께 한다.
그리고 손끝에 닿는 촉감이 있어 좋고
발끝에 닿는 촉감이 있어 더욱 좋다.
눈뜨면 사지를 움직여
하루 1~2시간씩
걷거나 뛰어다니며
굳어져가는 허리 살을 다듬어야한다.
전체는 부분을 위해 달리고
부분은 전체를 위해 달리고 있다.
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태풍으로 변해
거대한 뿌리를 뽑아내도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한 채
자율신경이 떨어져나간다.
바람이 다니는 길목은 단 하나이다.
지치고 힘들 때
두 다리를 뻗고 이마를 식혀줄 수 있는
정자나 터널을 이룬 나무그늘이면 충분하다.
바람은 따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산을 흔들고
강을 흔들고
바다를 흔들며
우주까지 흔들고 있다.
그 끝이 우주와도 같기에
그 끝이 지구와도 같기에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바람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늘을 향해 지팡이로 내려치기도 하고
땅을 향해 다음 길목을 달리기도 한다.
숲이 깊어도
강물이 깊어도
바다가 깊어도
때 되면 하늘을 굉음으로 불러들여
뇌성벽력으로 죽음보다 더한
삶의 끝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착하고 고운 모습으로
산허리에 걸터앉아
깊게 숨겨져 있는 숲 속을 흔들기도 한다.
바람이 있는 한
우리들의 가슴은 식지 않을 것이고
불사조 같은 바람은 영원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그리고 수억 년을 달려온 바람이기에
과거가 한눈에 보이고
오늘을 거쳐 내일까지도
빈 공간을 달릴 설계도를 펼치며
하늘과 땅을 향해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우주가 없어질 때까지
우리들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2010년 7월 2일 금요일
바람이 다니는 길목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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