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수 없는 바람(누락)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비바람이다.
얼굴 속에 잠든 영혼이 깨어날 시간이다.
누구의 명령으로도
누구의 억압으로도
무릎을 굽히지 않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기억할 수가 없다.
분명 잡았던 손인데
분명 놓았던 손인데
발이 되고
손이 된다.
저 먼 곳에서 달려오는 바람이다.
하늘도 막을 수 없는
땅도 막을 수 없는
허공사이로 다니는 바람이다.
꿈은 크고 희망은 작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늘 가슴을 열고 호흡을 하라는
위로의 바람이 빙빙 돌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을 노래하도록
빈틈으로 들어와 바람과 함께 노래한다.
행복을 알지 못한 사람도
불행을 알지 못한 사람도
바람만 불어와도 행복을 느낀다.
하늘에서 내려온 바람이기에
손끝으로 잡아
발밑에 숨겨놓는다.
얼마나 거대한 바람이 불어야만
얼마나 거대한 태풍이 불어야만
몸을 숙이고
고개를 숙여
겸손을 향해 두 손을 모을 것인가?
한길로 가는 바람은
같은 바람도 기억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바람은
꿈이자 희망이다.
과거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기억할 수 없는 바람이라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오직 서있는 바람만이
유일한 바람이고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에게 낯선 바람은
필요하지가 않다.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주고
가슴이라도 꼭 껴안아줄 수 있는 바람이라면
기억할 수 없는 바람이라도 좋다.
하늘은 기억할 수 없는 바람은 내려 보내지 않는다.
하늘은 거역하려는 바람을 내려 보내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강강술래 하듯이
땅을 밟고 서있기를 바란다.
하늘을 향해 서있는
바다가 있어 즐겁고
강이 있어 즐겁듯이
구름에 바람이 떠다니는 것이 즐겁다.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기억할 수 없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을 쉬지 못하는 바람(누락) (0) | 2010.05.26 |
---|---|
말을 잃어버린 바람(누락) (0) | 2010.05.26 |
끝없이 부는 바람(누락) (0) | 2010.05.22 |
회룡포(回龍浦)와 삼강주막(三江酒幕)(누락) (0) | 2010.05.20 |
채워야 사는 바람(누락) (0) | 2010.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