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부는 바람(누락)
나의 길이 너의 길이고
너의 길이 나의 길이다.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은
길이 있기 때문에 달린다.
연약한 나뭇잎조차
세찬 바람에 시달려야만
어른이 되기에
하루에도 수없이 날갯짓을 한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때까지
바람은 불 것이고
흔들리는 나무들을 바라본 후에야
바람은 멈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생활들은
바람과도 같고
구름과도 같고
강물과도 같고
바다와도 같다.
그렇게 긴긴 여정을 달린 후에야
바람은 멈출 것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든 생물들은
우주를 향해 손을 흔들 것이고
지구를 향해 손을 흔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들어와
끝없이 손을 흔들며
한번은 동쪽으로 흔들고
한번은 서쪽으로 흔들고
한번은 남쪽으로 흔들고
한번은 북쪽으로 흔들어댈 것이다.
아침에 부는 바람은 맑은 바람이요
낮에 부는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요
밤에 부는 바람은 영혼을 울리는 바람이다.
손을 흔드는 순간
바람은 멈출 것이고
숱한 생들의 반란으로 일어선
역사의 바람은
오늘도 눈을 감게 하고
내일도 눈을 감게 할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승자이기도 하지만 패자이기도하다.
누가 먼저 일찍 일어나 역사를 쓸 것인가는
순전히 달리는 바람에 달려있지만
순한 바람
강한 바람에 따라
눈을 뜨고 있는 순간에도
역사는 바뀌어간다.
불어라, 불어라!
역사의 바람이여!
속옷까지 감출 수 있는 바람이어야만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기에
오늘도
내일도
감추고 또 감추며 달린다.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운지
하늘을 향해 감추고
땅을 향해 감추고
모든 눈들을 감추게 한다.
한번은 두 번을
두 번은 세 번을
그렇게 끝없이 부는 바람으로
산을 넘고
강을 넘고
바다를 넘나들며
우주를 향해 달리고
지구를 향해 달린다.
그리고 먼 미래를 향해 끝없이 손을 흔들고 있다.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끝없이 부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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