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막을 수 없는 바람(누락)

청아당 2010. 4. 16. 22:38

막을 수 없는 바람(누락)

 

길목에서 두 팔로 막아도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부는 바람은 막을 수가 없다.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알 수 없는 바람이기에

손으로 막으면

발밑으로 빠져나가고

온몸으로 막으면

해일처럼 일어나 흩어지기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바람이 아니다.

산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달려오는 바람이다.

누구를 위해 부는 바람인지

누구를 위해 사라지는 바람인지

손끝으로 붙잡아 물어보아도

대답대신

허공에서 빙빙 도는 바람이 야속하기만하다.

얼마나 달려야만 멈출 수 있는 바람인지

얼마나 침묵을 지켜야만 알 수 있는 바람인지

그 끝으로 달려가 물어보아도

대답대신

울음으로

슬픔으로

한으로 대답한다.

손잡았던 하루가 어제인데

껴안았던 하루가 어제인데

꿈처럼

희망처럼

분명 생생한 하루였는데

분명 생생한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잡을 수 없는

저 먼 기억 속으로

가슴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혼 없는 넋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침묵하는 넋으로 돌아왔다.

더는 다가설 수 없는

영원한 침묵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2010416일 금요일

 

막을 수 없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