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숨을 쉬지 못하는 바람(누락)

청아당 2010. 5. 26. 23:06

숨을 쉬지 못하는 바람(누락)

 

누가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바람은 날마다 불지만

정작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길이 있어도 달리지 못하는 바람

손을 내밀어도

등 한번 돌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수천 년을 한결같이

한반도를 맴돌고 있는 전운(戰雲)

가슴이 막히고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더 달려야만 싸움을 멈출지

얼마나 더 안아주어야만 고마움을 느낄지

숨이 막혀 호흡을 쉴 수가 없다.

칼로 베는 바람은

피가 돌지 않는다.

저 깊은 바다 속을 헤집어 해일을 일으키고

태풍을 몰아

산천초목을 떨게 하는 바람만이

하늘로 솟아오를 수 있다.

보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만져보는 것은 느끼는 것이다.

말로해서 들을 수 있는 응답이 있고

말로해서 들을 수 없는 대답이 있다.

수없이 우리 곁을 맴돌며

옥죄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북한이 그렇고

중국이 그렇고

일본이 그렇고

러시아가 그렇고

미국이 그렇다.

지정학적 아름다움 때문에

이렇게도 깊은 고통을 느껴야하는지는

정말 몰랐다.

폐허가 된 자리에 또다시 생명이 솟아나는 한반도를

기적이라 불리우기도하고

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그토록 아름다운지는

땅을 밟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듯이

한이 서린 춤이 있고

곡선미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있다.

바람은 늘 불지만

어떤 때는 숨도 쉬지 못하도록 몰아붙이는

숙명 같은 굴레가

한반도를 뒤덮기도 한다.

자고나면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이슬처럼 맑고 투명해도

저 멀리 있는 바람을 불러들일 때는

경각심을 느껴야하고

하늘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껴야한다.

마음 한 번 바꾸면 모든 것이 제자리인데

짙게 깔린 안개처럼

손으로 더듬을 때가 많다.

평화를 말하고

통일을 말하고

민족을 말할 때 들려오는

화해의 바람은

빈틈없이 바다를 달리고 있는데도

하늘은 눈을 감고

땅은 귀를 닫는다.

 

2010526일 수요일

 

숨을 쉬지 못하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