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지 못하는 바람(누락)
누가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바람은 날마다 불지만
정작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길이 있어도 달리지 못하는 바람
손을 내밀어도
등 한번 돌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수천 년을 한결같이
한반도를 맴돌고 있는 전운(戰雲)
가슴이 막히고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더 달려야만 싸움을 멈출지
얼마나 더 안아주어야만 고마움을 느낄지
숨이 막혀 호흡을 쉴 수가 없다.
칼로 베는 바람은
피가 돌지 않는다.
저 깊은 바다 속을 헤집어 해일을 일으키고
태풍을 몰아
산천초목을 떨게 하는 바람만이
하늘로 솟아오를 수 있다.
보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만져보는 것은 느끼는 것이다.
말로해서 들을 수 있는 응답이 있고
말로해서 들을 수 없는 대답이 있다.
수없이 우리 곁을 맴돌며
옥죄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북한이 그렇고
중국이 그렇고
일본이 그렇고
러시아가 그렇고
미국이 그렇다.
지정학적 아름다움 때문에
이렇게도 깊은 고통을 느껴야하는지는
정말 몰랐다.
폐허가 된 자리에 또다시 생명이 솟아나는 한반도를
기적이라 불리우기도하고
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그토록 아름다운지는
땅을 밟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듯이
한이 서린 춤이 있고
곡선미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있다.
바람은 늘 불지만
어떤 때는 숨도 쉬지 못하도록 몰아붙이는
숙명 같은 굴레가
한반도를 뒤덮기도 한다.
자고나면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이슬처럼 맑고 투명해도
저 멀리 있는 바람을 불러들일 때는
경각심을 느껴야하고
하늘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껴야한다.
마음 한 번 바꾸면 모든 것이 제자리인데
짙게 깔린 안개처럼
손으로 더듬을 때가 많다.
평화를 말하고
통일을 말하고
민족을 말할 때 들려오는
화해의 바람은
빈틈없이 바다를 달리고 있는데도
하늘은 눈을 감고
땅은 귀를 닫는다.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숨을 쉬지 못하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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