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바람(누락)
시도 때도 없이 부는 바람은
하늘을 노하게 한다.
허리를 굽히고
자세를 낮춰도
교만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한없이 허리를 굽히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때때로 터져 나오는 교만을
누르고 또 눌러야만 한다.
숲길에서 등 뒤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든
숲길에서 온몸으로 달려드는 바람을 맞이하든
그리고 사색의 길에서 명상을 하든
발끝으로 연결되어져있는 우주의 바람은
우리들을 지켜주는 소중한 바람이다.
낮춰도
낮춰지지 않는 것이 겸손이다.
가끔씩은 교만도 필요하지만
피로를 느끼게 하는 교만은
환영받지 못한다.
웃으면서 겸손 하는 자세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교만
어쩌면 교만과 겸손은
한울타리 속에서 형제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룻밤 자고나면
새롭게 돋아나는 새살처럼
하루는 교만으로
하루는 겸손으로
그리고
가장 높은 자세로
가장 낮은 자세로
채찍으로 내리치기도하고
포용으로 감싸 안기도 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만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겸손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중용의 묘미를 일으켜 세워
서로가 손을 잡을 수 있게
서로가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게
그리고 서로의 가슴을 껴안으며
가슴 벅찬 희열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도록
두 손을 내밀며
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 산길처럼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마를 식혀주는 바람이
석벽에서 내려와
나뭇가지위에 걸터앉아 쉴 때
침묵을 말하기도 하고
자유를 말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오듯
말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반만년이란 세월이 연결되어져있지만
우주의 바람은 50억 년
아니 100억 년 이상의 세월이 압축되어져있기에
눈 한번 감았다 떠보면
과거가 눈앞에 있고
현재가 눈앞에 있고
미래가 눈앞에 있다.
달리는 바람은 언젠가 멈춘다.
서로를 이해하는 바람이기에
서로를 배려하는 바람이기에
마음 놓고 손을 잡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모든 행복은 춤을 출 것이다.
막걸리 한잔으로도 위로를 받고
배가 불러오듯이
마음만 맞는다면 백년대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도 있고
하늘을 치닫는 바람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버리고 또 버리려는 생각으로
따뜻하면서도 배려심 많은 바람으로
새로운 하루를 준비해나갔으면 한다.
2010년 6월 6일 일요일
겸손한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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