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균형 있게 부는 바람(누락)

청아당 2010. 6. 3. 12:30

균형 있게 부는 바람(누락)

 

한쪽으로 기우는 것은

하늘도 싫어하고 땅도 싫어한다.

서있는 곳이 편안해야

가슴이 열리듯이

따뜻한 날씨에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것은

북풍도 아니고

노풍도 아닌

하늘에서 내린 조화로운 바람이다.

지진을 일으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도

화산을 폭발시켜 용암을 솟구치게 하는 것도

하늘이 인간에게 경고하는 엄중한 문책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오늘뿐만이 아니다.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고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미래로 연결되어져 있다.

바람이 분다는 것은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늦게 달리고 있는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쾌감온도에 맞춰 달리는 바람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면

보기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늘 부는 바람이

바람이 나서 다른 곳으로 달려가지 못하도록

기둥에 묶어 두려는 하늘의 뜻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번 넘어지면

두 번 세 번 쉽게 넘어지기에

그리고

홀로 서있거나

홀로 달리는 것은

죽음으로 몰아가거나 위기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서로의 손을 잡고

한 몸으로 호흡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언제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권력을 위해

눈을 감은 적이 있었던가?

자고나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듯이

눈감고 자다가도

언제 불어올지 모르는 바람 때문에

밤새워 눈을 감지 못한 자가

어디 한두 명인가?

우리는 우리들을 위해 눈을 뜨고 있지만

하늘은 천년을 내다보며

우리들의 등을 떠밀며 손뼉을 치고 있다.

 

201063일 목요일

 

균형 있게 부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