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영혼처럼 부는 바람(누락)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눈뜨고 일어나면
제일먼저 달려드는 것이 바람이다.
어떤 때는 부드럽게
어떤 때는 강하게
공존하는 선악처럼
가슴으로
영혼으로 파고든다.
발끝에서 빙빙 돌며
생사를 가르는 기로일지라도
손끝에서 사라지지 않는 바람이기에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물으며
오늘 하루도 잘 지냈냐고 물어온다.
바람은 작은 것을 보며 달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큰 안목을 보며 달린다.
전체와 부분
그 어느 것도 소중하기에
하루의 일상에서 바람 없는 날은 없다.
우리가 걷는 곳에서
우리가 달리는 곳에서
늘 수호신처럼 따라다니는 바람이다.
그리고 백장미가 환한 미소를 짓는 것도
달빛에 넘어지는 낭만도
바람이 있기에 가능하다.
인생의 끝을 물어보기보다는
인생의 시작을 물어보기보다는
고난의 시기를 알려주고
극복의 시기를 알려주고
행복보다 더 많은
슬픈 바람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바람을 보고
사람들은 위안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어디든 자유롭게 달리는 바람일지라도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숲에 갇혀
더위에 지치기도 한다.
우리에게 바람이 없었다면
살아온 역사들을 기억해내지 못한 채
또다시 처음부터
달리는 법을 익혀야할지도 모른다.
한없이 달린 후에야 느낄 수 있는 삶이기에
그리고 이미 알고 가는 길일지라도
걸어야하는 수고까지 건너뛸 수 없기에
바람처럼
우리들은 달리고 또 달려야만 한다.
바람이 멈춘다고 인생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멈출 때는
우리가 달리면 되고
우리가 멈출 때는
바람이 달리면 된다.
서로가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는 힘만 있다면
오늘 하루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을 보아라!
산에서 부는 바람이 달려오고
강에서 부는 바람이 달려오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달려온다.
모두가 다른 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지만
만나는 곳은 결국 한 곳이다.
그리고
수없이 똑같은 길을 만나는 곳이 삶이기도 하지만
바닥에서
끝에서
달려온 수많은 한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맑은 영혼처럼
또 다른 길에서 달려오는 바람을 보아라!
바람이 멈추는 날
우리는 멈출 것이고
바람이 달리는 날
우리는 달릴 것이다.
그것이 우리들을 위한 바람이고
그것이 바람을 위한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리고
바람 앞에서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텅 빈 공간만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채움도
비움도 없는
안팎으로 자유로운 맑은 영혼의 바람만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2010년 6월 12일 토요일
맑은 영혼처럼 부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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