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바람(누락)
우리 곁에 자연이 있어 행복한 것처럼
우리 곁에 바람이 있어 행복하다.
눈뜨면 부는 바람이지만
손끝으로
발끝으로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바람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숨이 막혀 죽었을지도 모른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바람이 있었기에
마음 놓고 달리기도 하고
마음 놓고 멈추기도 하였다.
누가 달리라고 채찍을 가하지도 않았고
누가 멈추라고 재촉하지도 않았지만
우주의 뜻에 따라
웃기도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바람이 불면 달리고
바람이 멈추면 멈추면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하루를 살며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연약한 어린 나뭇잎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듯이
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숲 속에 서있는 나무들은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분명 바람이 불고 있지만
분명 나뭇잎이 흔들리고 있지만
침묵하는 숲들은
자유를 말하며 꼿꼿이 서있다.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누가 산을 옮겨놓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들은
흔들리지 않는 바람을 불러와
손뼉 치며
흔들어도 흔들릴 수 없는
사연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숲이 흔들리면
바람도 흔들려야하고
우주에서 달려오는 바람도 맞이할 수 없기에
더욱 깊은 침묵으로
하늘의 뜻을 살피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침묵으로 고요를 잠재우고 있다는 뜻과 같다.
얼마나 더 깊은 노고와 인내심으로
삶의 깊이를 알아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만 잡을 수 있다면
스스로 찾아오는 자연처럼
스스로 찾아가는 길처럼
바람을 일으키고
태풍을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우주를 휘저을 수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삶의 무게가 깊어지고 있듯이
힘든 가운데
웃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 다음에 찾아오는 불행이 무엇인지
촉각을 세울 수만 있다면
등에 진 바람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정면으로 받아내야만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힘차게 달려가야 하는 길이다.
크고 작은 어려움으로
짓눌려 와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서있을 수만 있다면
바람은 계속해서 우리 곁을 돌 것이다.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바람으로…
2010년 6월 19일 토요일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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