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홀로 선 사람들의 아집(누락)

청아당 2010. 6. 23. 00:08

홀로 선 사람들의 아집(누락)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홀로 선 사람도

세속을 달리는 사람도

문제의 연속으로 하루의 문을 연다.

덧없는 세상

허무한 세상

모든 것이 텅 빈 세상

잡아도

놓아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처럼

분명 손에 잡았던 형상이었는데

분명 발에 걸렸던 형상이었는데

지나고 보면

덧없고 덧없다.

숲이 좋은 사람들은 숲에서 살면 되고

바다가 좋은 사람들은 바다에서 살면 되고

시골이 좋은 사람들은 시골에서 살면 되고

도시가 좋은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면 된다.

자신이 깨달았다고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60억 인구의 생각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각국의 문화와 삶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개성이 있어

선각자들이 말하는 인간상품이 되기를 꺼린다.

똑같은 유니폼으로 살아가느니

색다른 삶의 전쟁에 서기를 더 좋아한다.

도시도 전에는 자연이었다.

필요이상으로 거부하는

홀로 선 사람들의 생각은

대중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생각하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해도

이미 테두리 안에 갇혀 사는 운명을 어쩌지 못한다.

버릴수록 더 많은 집착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아낄수록 더 많은 아집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홀로 선다는 것은

자연을 껴안고 살아간다는 뜻과 같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가슴에 담고

우주와 영혼으로 교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영적 스승들조차

도시를 멀리하는 것을 보면

삶의 끝이 무엇인지

삶의 시작이 무엇인지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밥이 되고

방바닥이 따뜻해지는

그리고 길벗(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길을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길들이

생겨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자연보다 아름다운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은

자연이 싫어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보다 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자연을 멀리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연을 더 가까이하되

지킬 수 있는 자연을 더 사랑하여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을 최소화해나가야 한다.

홀로 선 사람들이

자유와 여유를 가지고 있다하여

세속적인 모든 문화와 생활을 나쁘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분명 탈속한 사람들이지만

세속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깊은 산중에서 홀로 산다고 해서

우주와 신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집착하지 말라고 수없이 입으로 말하지만

정작 홀로 선 사람들도

명상에 집착하고

자신들의 생각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홀로 선 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홀로 선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덧없고 덧없는 세상을 틈만 나면 말하지만

세상은 선각자들의 간섭 없이도 잘만 돌아간다.

눈뜨면 손으로 잡고

손에 잡히면 눈을 감는 생활을 반복하지만

진정으로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라고

말하지만

집착은 선각자들이 더 많이 하며 산다.

주고받는 사랑 속에서

참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선각자보다

더 아름다운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태어난 대로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민초들의 삶이라 해서

선각자보다 뒤떨어지거나 질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하늘은 늘 공평하게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제일먼저 나와 너의 구분을 없애버리는 일은

민초들의 삶의 경전이자 지혜이기도하다.

어지럽고 무질서한 세상 같지만

한 치의 빈틈없이 세속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행복한지

민초들은 잘 알고 있다.

허리를 굽힐 줄 아는 민초들이 있었기에

겸손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도 하고

허리를 펼 줄 아는 민초들이 있었기에

교만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달릴수록 줄어드는 삶을 생각하며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은 침묵과 고요의 극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홀로 선 사람들의 집착이자 아집이다.

마음의 평안은 산속에서 느끼는 것보다

오히려 세속에서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보고 듣고 말하는 가운데

그리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가운데

삶의 진리가 있듯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한번쯤은 세상을 뒤흔들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의 명언 중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위에서 말하는 본질과 조금 다른 면은 있지만

인위적인 삶보다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게 된다는 의미와 통함을 알 수 있다.

뒤돌아보면

인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보다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 것은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의 심성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길지 않은 시간을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가는 일은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마지막 선물이자 기회이다.

소박하고 간소함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텅 빈 충만감을 느끼며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다.

 

2010622일 화요일

 

홀로 선 사람들의 아집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