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기도하는 바람(누락)

청아당 2010. 6. 19. 11:36

기도하는 바람(누락)

 

숲에서 부는 바람만이 성스럽다고 말할 수 없다.

홀로 있어도 부는 바람이지만

여럿이 모이면 더욱더 강력한 바람이 되어

손에서 손으로

가슴으로 통하는 것이

기도하는 바람이다.

하늘 문이 열리고

빗장처럼 굳게 닫힌 마음이 열린다면

하늘도 감동하고 땅도 감동한다.

하나님을 부르는 소리에

하늘이 대답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사람들은 하나님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희망이요, 꿈이요, 이상인

기도로

종교의 벽을 허물고

격식과 형식을 벗어던진 후

온몸으로 말하는 기도를 찾아내어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면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비록 2%가 부족한 소원을 받아들고

또다시 두 손을 모아 무릎을 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늘의 뜻을 잊어버릴까봐

우리가 원하는 소원의 절반만 들어주고 있기도 하다.

이 얼마나 지혜롭고 현실적인 타협인가.

한번 받고

뒤돌아서버리려는 인간의 단점을 깨우는 데에 있어

이보다 현명한 처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마음 놓고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 마음 놓고 기뻐해본 적이 있었던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몸으로 통하는 기운이 넘쳐날 때

하늘도 땅도

그 자리에서 빙빙 돌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록 작고 소박하지만

제각각 그릇에 맞는 소원하나씩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크고 화려한 소원은 아니지만

더울 때 이마를 식혀줄 수 있는 바람처럼

꼭 필요할 때 달려와 주는 고마운 바람처럼

삶의 밑바닥에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을 수 있는 기도만 있다면

결코 삶이 괴롭거나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벽부터 잠들기 전까지

수행하는 마음으로

하늘에 올리는 기도는

청정하고 맑은 이슬처럼

복되고 복되는 일이다.

얼마나 달려야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날마다 때 되면 두 손이 모아지고

가슴이 모아지는 힘만 있다면

발끝에서 올라와

머리끝에서

활활 타오르는 기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

숲에 홀로 서있어도

성전에 서있는 것과 같이

하늘을 향한 마음은 한결같다.

침묵하는 기도가 되었든 간에

요란한 기도가 되었든 간에

하늘로 통하는 기도는

단순하고 순수하다.

한곳으로 모이는 마음

이것만 있다면

막혔던 하늘도 뚫을 수 있고

지축을 흔드는 삶의 밑바닥까지도 껴안을 수 있다.

참으로 긴긴 여정에서 만나는

끈질긴 인연!

물위에 띄워 논 수채화처럼

바둑판에 던져 논 포석처럼

뒤돌아보면

한곳으로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안부처럼 묻고 있는 성스러운 기도이기에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고

저절로 가슴이 모아지고

저절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삶의 끝에서 기댈 수 있는 바람이기에

기도의 힘은

하늘을 뚫고

우주의 끝을 뚫기도 한다.

 

2010619일 토요일

 

기도하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