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없는 바람(누락)
길목에서 두 팔로 막아도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부는 바람은 막을 수가 없다.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알 수 없는 바람이기에
손으로 막으면
발밑으로 빠져나가고
온몸으로 막으면
해일처럼 일어나 흩어지기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바람이 아니다.
산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달려오는 바람이다.
누구를 위해 부는 바람인지
누구를 위해 사라지는 바람인지
손끝으로 붙잡아 물어보아도
대답대신
허공에서 빙빙 도는 바람이 야속하기만하다.
얼마나 달려야만 멈출 수 있는 바람인지
얼마나 침묵을 지켜야만 알 수 있는 바람인지
그 끝으로 달려가 물어보아도
대답대신
울음으로
슬픔으로
한으로 대답한다.
손잡았던 하루가 어제인데
껴안았던 하루가 어제인데
꿈처럼
희망처럼
분명 생생한 하루였는데
분명 생생한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잡을 수 없는
저 먼 기억 속으로
가슴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혼 없는 넋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침묵하는 넋으로 돌아왔다.
더는 다가설 수 없는
영원한 침묵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막을 수 없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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