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아저씨 같고
형님 같고
오빠 같은 분
손만 내밀면 언제든 달려오실 것 같은 분
100만의 손으로
500만의 손으로
띠를 둘러 손을 내밀어도
이제는
잡을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 한마디만 남겨놓고
경계를 풀어버린 것이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있다.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보름달처럼 환한 웃음을 찾아본다.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는
찾을 것이 없다.
놓을 것도
잡을 것도 없어진 것이다.
그저 처음 왔던 그 길로
되돌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경계를 그을 수 없는 둥근 원인 것이다.
어느 지점으로
뛰어들던
처음과 끝인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데로
바람이 멈추면
바람이 멈추는 데로
발길을 재촉하면 그만인 것이다.
2009년 5월 28일 목요일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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