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청아당 2009. 5. 28. 22:11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아저씨 같고

형님 같고

오빠 같은 분

손만 내밀면 언제든 달려오실 것 같은 분

100만의 손으로

500만의 손으로

띠를 둘러 손을 내밀어도

이제는

잡을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 한마디만 남겨놓고

경계를 풀어버린 것이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있다.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보름달처럼 환한 웃음을 찾아본다.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는

찾을 것이 없다.

놓을 것도

잡을 것도 없어진 것이다.

그저 처음 왔던 그 길로

되돌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경계를 그을 수 없는 둥근 원인 것이다.

어느 지점으로

뛰어들던

처음과 끝인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데로

바람이 멈추면

바람이 멈추는 데로

발길을 재촉하면 그만인 것이다.

 

2009528일 목요일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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