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허물어진 경계(누락)

청아당 2009. 5. 23. 20:52

허물어진 경계(누락)

 

그래 우리들의 삶은

바람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고

그렇게 서로의 목소리에 화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겠는가.

그놈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고

그놈 때문에

갈등이 사라지는

그래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을 뿐

본래는 처음부터 하나였듯이

모두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슬픔이 생기면

슬퍼해야만 하고

기쁨이 생기면

기뻐해야만 하는

감정의 기복이 있을 뿐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경계를 없애고자

바위를 선택했고

그렇게 경계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긴 것 같지만

짧고

짧은 것 같지만

길다.

눈 한번 감았다 떠보면

계절의 끝에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탈이 나게 되어있다.

초보자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것이

속도조절이다.

혼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뒤돌아보면

함께 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정신 줄을 놓은 것이다.

함께 달릴 때는

호흡을 맞춰야한다.

한순간이라도 놓치게 되는 순간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 뒤에는

고통의 깊이로 서있는 경우가 많듯이

서로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 갖는다면

천추의 한을 남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손에 쥐어진 것 없이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사람이다.

 

2009523일 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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