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떠나는 길

청아당 2009. 5. 26. 22:54

떠나는 길

 

한곳에 오래도록 있고 싶어도

바람이 가만히 놓아두지를 않는다.

언젠가는 가야할 길

오늘가나

내일가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떠나는 길은

왠지 아쉽고 서운하다.

그래 우리들의 발걸음이 있는 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 좋다.

남는 사람이 있어

편안하고

배웅해주는 사람이 있어

위안이 되어

멀고 먼 길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어 좋다.

바람이 한 번씩 불때마다

천지가 진동하지만

낮은 자세로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하는데도

가끔씩

자신의 잣대로 저울질하며

질긴 고집으로

용서와 화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기를 펴며 살고 있지만

모든 것을 덮으며

떠나는 사람은 편안하기만 하다.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앵무새처럼 입을 열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서거보다 사망이나 자살이 더 잘 어울린다는

논리로

자신을 낮춘다.

어차피 떠나는 길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동안 힘껏 달려온 세월이었지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용기가 있었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것이다.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 한

그의 업적은 눈부시고

그리고 평범한 것이다.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지만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사물은

놀랍고 획기적인 것이다.

그 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겠는가.

평범함 뒤에는

신비로 가득 차 있듯이

무슨 일로

먼저 떠나갔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원망하지 말라는 당부는

모든 짐을 다 지고 가겠다는 평범한 생각인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불쾌한 소식이 싫은 것이다.

카메라가 없는

그리고 정보가 없는 곳에서

편히 쉬고 싶은 것이다.

혼자만 시달리면 괜찮은데

주변사람들까지

생각하니

살아있는 것보다는

떠나는 길이 더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바람은 한번이면 족하다.

다시 부는 바람은

낯이 익어

반갑지가 않다.

 

2009526일 화요일

 

떠나는 길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