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올 때도
갈 때도
바람이었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그래서 함부로 다닐 수 있었던
길이었다.
막히면 쉬어가고
트이면 달려가는
바람은
나의 생명이다.
한호흡속에서
바람이 움직였고
한호흡속에서
생사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언제 떠나야할 지를 알고
언제 멈춰야할 지를 아는
바람이다.
바람조차도 등에 머물 수 없는
세월이 있었다.
가는 것은 역시 좋은 것이다.
오고감이 없다는 것은
경계가 없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지금
경계 없이 살고 있다.
손을 쥐고
손을 편 순간
경계가 사라진다.
우리의 삶은 바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공인 것이다.
잡히지 않는 세월을
등에 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9년 5월 22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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