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바람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청아당 2009. 5. 22. 23:07

바람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올 때도

갈 때도

바람이었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그래서 함부로 다닐 수 있었던

길이었다.

막히면 쉬어가고

트이면 달려가는

바람은

나의 생명이다.

한호흡속에서

바람이 움직였고

한호흡속에서

생사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언제 떠나야할 지를 알고

언제 멈춰야할 지를 아는

바람이다.

바람조차도 등에 머물 수 없는

세월이 있었다.

가는 것은 역시 좋은 것이다.

오고감이 없다는 것은

경계가 없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지금

경계 없이 살고 있다.

손을 쥐고

손을 편 순간

경계가 사라진다.

우리의 삶은 바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공인 것이다.

잡히지 않는 세월을

등에 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9522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