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고아(누락)
모두가 떠난
텅 빈 세월 속에서
손을 저어봐야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지금껏 무엇을 잡기위해
달려왔던가.
세월이 밀고
바람이 밀고
바위가 밀어내어
달려온 세월
손에 쥘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
우리는 분명 잡을 수 없는 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끈 없는 선위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바람 속에 들어가 숨을 쉬기도 했다.
보아라!
무엇이 우리를 기쁘게 하고 있는지
보아라!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는지
본래부터
텅 빈 곳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
그저 살아있으니까
앞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면
이해가 되지만
거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세월이라면
지금부터 꿈을 버리자!
우리는 태어날 때도 고아였고
떠나야할 때도 고아인 것이다.
그것도
우주의 고아인 것이다.
텅 빈 그물 속에서
건져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바람도 피해가는
우주의 고아인 것이다.
2009년 5월 14일 목요일
우주의 고아를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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