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침묵

청아당 2009. 2. 21. 21:42

침묵(沈黙)

 

바위를 흔들듯이

오래도록 하늘을 향해

땅을 향해

기도하는 침묵을 보았는가?

모두가 잠들어있는

고요 속에서

손을 놓고

마음을 비워본 적이 있는가?

나뭇잎조차 흔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우주를 향해 소리쳐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조용한 세상.

그래,

처음부터 소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리 소리치고

흔들어보아도

흔들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바위를 흔들어보아도

나무를 흔들어보아도

허공에 난

길 사이로 빙빙 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침묵은 어지럼증이다.

태풍의 눈처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오늘도

청량산 숲속바위쉼터는 침묵으로 조용하다.

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어도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두 눈만 지그시 감고 있다.

처음으로 되돌려놓으면

모두가 침묵인 것처럼

처음부터 소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처음부터 흔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고요를 흔들면

그 속에서 나올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빈 허공밖에 더 있겠는가?

허공을 향해

소리쳐보거나

팔을 저어보아라!

대꾸나 하는지를

소리치다 지치면

홀로 쓰러져 잠밖에 더 자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시간밖에 없다.

그리고 세월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함께 흘러가야할

허공에 난

뱃길밖에 없는 것이다.

노를 저어라!

망망대해를 향해

침묵을 흔들어 깨우는 순간

당신의 손길은

우주의 깊은 곳을

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느끼는

영혼의 눈으로

우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침묵은 고요하지만

영혼을 깨우는 지름길이기에

꿈속에서조차

침묵을 잡으러 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란이 아니라

침묵이기에

침묵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를 파괴하듯이

있는 힘껏

침묵을 흔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9221일 토요일

 

청량산 숲속바위쉼터에서 침묵을 흔들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