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흔적 - 김수환 추기경 선종

청아당 2009. 2. 16. 21:55

흔적 - 김수환 추기경 선종

 

누가 왔다가는 일은

바람이다.

바람이 불면

물체가 움직이고

물체가 움직이면

감동이 인다.

누구를 위한 감동이 아니라

너를 위하고

나를 위하고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이기에

흔적은 바람과도 같은 것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허리를 굽힐 수 있는 사람이라야

경계를 넘나들 수 있고

벽을 허물 수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살다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

살다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데로

몸이 가는 데로

걷다보면

남는 것이 흔적인 것이다.

손에 쥘 수 없는 것이

부와 명예이듯이

모든 것을 놓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홀가분하게 떠난다는 것은

허공을 향해

마음을 비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고

던지고 싶어도

던질 수 없는 곳

텅 빈 경계이지만

충만함이 넘쳐나는 곳

모두가 꿈꾸는 그곳은

우리가 가야할 마지막 길이자

죽음너머

편히

손 내밀 수 있는 곳이다.

 

2009년 2월 16일 월요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들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  (0) 2009.02.21
영혼의 바람  (0) 2009.02.18
주안에 살고 있으면 주 안에 거하는 것과 같다  (0) 2009.02.15
금강석(金剛石)  (0) 2009.02.12
행보  (0) 20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