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바람
길이 길을 만들고
그 길이 또 다른
길을 만들 듯이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발걸음을 옮겨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성자들이 줄지어 서있어도
세상은 혼란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가를 생각해보자!
손에 쥘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바람이다.
그래,
그 누가 바람을 막을 수 있겠는가?
화산이 폭발하고
우주가 폭발한다 해도
그 이면에는
손에 쥘 수 없는 바람이 있는 것을…
남을 탓하지 말자!
나를 탓하지 말자!
모두가 그러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데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눈 딱 감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애타게 찾는 것도
달리다 지치면
멈추는 것도
편히 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비록 그곳이
천국이나
지옥이라 할지라도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되어 진다면
발걸음을 멈추고
영혼을 쉬게 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들의 발걸음은 늘 경쾌하다.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얼마나 편안한가?
얼마나 평화로운가?
그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우리가 꿈꾸는 마지막 안식처…
뒤돌아보면
모두가 꿈이지만
달려온 세월만큼 행복이었음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하지만
죽음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그 죽음은 우리를 편안하게 할 것이다.
가져갈 것이 없다는 것
남겨둘 것이 없다는 것
말 그대로
홀가분한 것이다.
홀가분한 것만큼
편안한 것은 없을 것이다.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를 향해 소리쳐보자!
아니 우주를 향해 소리쳐보자!
바람이 분다.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리로
빛의 소리로
우주의 신비로
몸을 감싸며 바람이 불고 있다.
영혼의 바람이
2009년 2월 18일 수요일
영혼의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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