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들어서면
3층 로비에 백설 같은 눈꽃을 장식해둔 트리가 눈에 띈다.
하얀 꽃이 눈처럼 피워있어도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북적거리는 곳이 대학병원이다.
유명한 의사가 많을수록
그만큼 환자의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죽음을 넘나드는 곳에서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병원을 찾고
그것도 유명한 대학병원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어도
죽음보다 더 힘들지 않기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죽음의 고통을 피하려하고 있다.
성산대교를 넘나들며
하늘을 찌를 듯한 주상절리(柱狀節理)의 거암(巨岩)들이 난립하여
천태만상을 이루는 절경을 향해 달려보고
해탈의 바다가 넘실거리는 의상대를 향해 달려보아도
죽음보다 아름답지는 않은 것이다.
아니 죽음보다 소중하지 않은 것이다.
살아생전 볼 수 있는 것들은
소중하면서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딱 한번이면 그만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천리길을 달리고
만리길을 달려서라도 죽음을 피하려하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가벼운 파도로
바위에 다가와 안부를 묻고 사라지지만
노도와 같은 태풍은
바다 속을 뒤집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바다가 뒤집힌다는 것은
속내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곳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그야말로 청정무구한 상태로 있는 것 같지만
가끔씩은
하늘을 향해 큰 소리를 치고
땅을 향해 우뢰를 쏟아 지진을 일으키고 싶은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서있는 나무들일지라도
한번쯤은
천지를 뒤흔들고 싶은 것이다.
2009년 1월 8일 목요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다녀와서...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