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주변으로 10곳이 넘는 길거리 작은 쉼터가 있다.
입맛에 드는 곳은
1, 2, 3호점이다.
그중에서도 1, 2호점이 가장 낫다.
40대와 50대 초반 아주머니의 안목과 섬세함이 달인의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오가며 500원짜리 노천카페로 불리지만
각기 다른 손님의 식성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청량산 솔 나무 사이로 커피향이 흐르는 까닭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발걸음을 가볍게 하여
10배가 넘는 교통비를 감수해야한다.
대부분 걸어서 오는 경우보다는
축지법을 이용하여 오기에
연인들의 명상 터가 되기도 한다.
가천박물관 옆에 위치한 길거리 작은 쉼터엔
운이 좋으면 어여쁜 아가씨가 건네주는
명상커피를 마실 수 있다.
결혼한 큰딸이 운영하고 있지만
여동생과 올케가 돌아가면서 도와주고 있다.
한 가족의 손끝에서 나오는 커피 맛이지만
커피 맛이 다 다르다.
가끔 과묵한 큰딸이 입을 여는 날에는
침착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언덕 아래 가천길병원장 저택의 주인인
이길녀 여사에 대한 내력을 들을 수 있다.
오늘은 운이 좋아 어여쁜 아가씨가 건네주는
명상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웃으며 상냥하게 다가와 하는 말
“설탕, 프림 넣지요!”
“예!”
만약에
“설탕, 프림 넣을까요?”
이렇게 나올 때는
구면이 아니라 초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을 드나드는데도
큰딸은
초면처럼 물어본다.
2006년 4월 15일 토요일
10년 넘게 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를 이용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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