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간 것이다
진공 속에서는 모든 것이 뜨겁다.
태초의 호흡이 응축되어 진공이 되다 보니
그 심장은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인연은 누르고 또 누르는 진공상태와도 같다.
인연은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용암과도 같다.
인연을 인연이라 말하지 말자.
인연은
슬픈 눈이요,
슬픈 입이요,
슬픈 업이다.
기쁘다고 생각한 순간
인연은 나락으로 떨어져
회오리처럼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인연을 인연이라 부르지 말자.
그저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하자.
수없이 지나쳐가는 바람이다.
우리는 그것을 인연이라 부른다.
2020년 12월 29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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