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향교 내 향나무
대성전 뒤뜰에 한 쌍의 청룡과 황룡이 얽혀 있다.
공중을 나는 수평선으로 되었다가 수직으로 뛰어오르는 기이한 형상은 향나무 특유의 비틀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이는 세월만큼 먹었고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분명 한 몸으로 얽혀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하늘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며 자태를 드러내며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현무와 주작이 어우러져 함께 뛰노는 것 같기도 하고 백호가 산과 들을 달리며 포효하는 모습과도 같다.
대성전 앞 동무와 서무 사이에 향나무 두 그루와 수백 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수직으로 서 있다. 보기 드문 장관이다.
장소가 그리 넓지도 않은 데 비해 거대한 나무들이 균형을 맞춰 서 있다는 것은 유교적 질서가 잡히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듯 굳게 닫은 입으로 장중함과 엄숙함을 동시에 펼쳐내면서 부평향교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명륜당 동·서로 있는 동재와 서재 뒤뜰에는 수백 년 된 은행잎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2020년 11월 26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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