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반경은 서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바람은 냄새를 잘 맡는다. 냄새뿐만 아니라 기온에 잘 적응하는 체질이다.
가끔씩 난기류를 일으켜가며 비행기를 들썩이게 하거나 구름을 어지럽게 흩어놓기도 한다.
갑자기 미친 듯이 달리다가도 그 자리에 멈춰서기도 하고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중심을 잡은 듯 다시 앞을 향해 힘껏 달리기도 한다.
생의 반경은 바람과도 같아서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 바람의 향방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늘 같은 방향으로 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바람이 달려오기도 한다. 바람은 늘 같은 길을 다니는 것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길만 다니는 바람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중심은 바람의 향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바람이 바람인 것은 말 그대로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생의 반경은 바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떨어뜨려 놓은 곳이 곧 생의 반경이 되어 숲속을 달려가기도 하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기도 하고 산과 들을 향해 달려가기도 한다.
산으로 가면 산의 바람이 되는 것이고 바다로 가면 바다의 바람이 되는 것이고 달리는 곳이 곧 바람의 시작이자 생의 반경인 태풍의 눈이 되는 것이다.
중심 잡는 법은 어디든 필요한 법이듯이 생의 반경 또한 중심 잡기부터 시작된다.
2020년 7월 6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은 길을 간다고 같은 목적지를 가는 것은 아니다 (0) | 2020.07.10 |
---|---|
꽉 막힌 바람도 뚫고 나갈 때가 있다 (0) | 2020.07.07 |
세월을 돌아보면 회고록이 된다 (0) | 2020.07.04 |
전원생활 (0) | 2020.06.30 |
가장 불편한 것은 모바일과 PC와의 소통이다 (0) | 202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