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헛되고 헛되도다!

청아당 2019. 3. 16. 14:15

헛되고 헛되도다!

 

다 살고나면 헛되고 헛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만은 알아야한다.

 

그 헛되고 헛된 곳에서 살아왔다는 점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쓰면 안 되는 말이다.

 

처음부터 기를 꺾어놓기 위한 말이기 때문이다.

 

 

헛되고 헛되도다!” 라는 말은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말이다.

 

아마도 오랜 습관일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냥 나오는 말일 것이다.

 

그 헛된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으면서

뒤늦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모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피어나는 새싹을 짓밟아서 좋을 것이 있겠는가?

 

격려는 해주지 못할망정

이런 말로 기를 꺾어서는 안 되는 말 같다.

 

죽음을 눈앞에 두거나

다 살아본 사람한테는 분명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조용히 자신에게만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세상은 헛된 것 같으면서도 결코 헛되지 않기에 그렇고

자연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지만

불철주야로 불을 켜고 있기에 그렇다.

 

2019316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