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기억을 소환하다 – 화엄사 각황전

청아당 2018. 7. 23. 10:00

기억을 소환하다 화엄사 각황전

 

젊었을 때(90년대 초)

지리산(智異山) 노고단(老姑壇 : 1,507m)과 천왕봉(天王峯 : 1,915.4m)을 거쳐

계곡물이 흐르는 화엄사에 도착했다.

 

화엄사(華嚴寺)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이전이다.

 

각황전(覺皇殿)에 들어가 합장한 후

두 손을 모으자 그대로 선정(禪定)에 들어갔다.

 

얼마 후 타종소리와 함께 스님이 들어온 소리가 들린다.

 

이미 선정에 든 상태이고

부처님의 인자한 모습과 함께

온 우주를 함께 품고 있는 상황이라

자리를 비켜줄 생각을 못했다.

 

부처님의 품이 그렇게도 온화하고 따뜻한 줄은 몰랐다.

 

법당에서

열반(涅槃)에 든 것처럼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각황전(覺皇殿)이란 뜻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대로 선정에 들자 그 뜻이 가슴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례를 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스님은 묵언으로 인내하신 것 같다.

 

부처님의 후예다운 모습이다.

 

그때의 일은 참으로 고맙고

깊은 사의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 인기척이라도 냈더라면

선정에서 빠져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을 허용해준

스님 덕분에

오랜 세월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각황전(覺皇殿)은 국보 제67호이다.

의상법사가 670년에 3층 장륙전으로 건립한 것이다.

 

2018723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