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소환하다 – 화엄사 각황전
젊었을 때(90년대 초)
지리산(智異山) 노고단(老姑壇 : 1,507m)과 천왕봉(天王峯 : 1,915.4m)을 거쳐
계곡물이 흐르는 화엄사에 도착했다.
화엄사(華嚴寺)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이전이다.
각황전(覺皇殿)에 들어가 합장한 후
두 손을 모으자 그대로 선정(禪定)에 들어갔다.
얼마 후 타종소리와 함께 스님이 들어온 소리가 들린다.
이미 선정에 든 상태이고
부처님의 인자한 모습과 함께
온 우주를 함께 품고 있는 상황이라
자리를 비켜줄 생각을 못했다.
부처님의 품이 그렇게도 온화하고 따뜻한 줄은 몰랐다.
법당에서
열반(涅槃)에 든 것처럼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각황전(覺皇殿)이란 뜻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대로 선정에 들자 그 뜻이 가슴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례를 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스님은 묵언으로 인내하신 것 같다.
부처님의 후예다운 모습이다.
그때의 일은 참으로 고맙고
깊은 사의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 인기척이라도 냈더라면
선정에서 빠져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을 허용해준
스님 덕분에
오랜 세월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각황전(覺皇殿)은 국보 제67호이다.
의상법사가 670년에 3층 장륙전으로 건립한 것이다.
2018년 7월 23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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