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추사 김정희

청아당 2018. 4. 7. 15:15

추사 김정희

 

세월을 눌러놓은 듯한 필법으로

격식 속에서 격식을 파괴하다.

 

삶을 알아야 삶을 초월할 수 있듯이

필법을 알아야 필법을 초월할 수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많아도

달은 하나이듯이

추사 김정희는

신비를 뛰어넘어 평범으로 귀화하였다.

 

수없이 똑같은 길을 걸어도

매번 걸을 때마다

새로운 현상을 대하듯이

중용의 도를

필법과 문장으로 표현해낸 인물이다.

 

어떤 때는 어린애와도 같은 필체로

어떤 때는 청년과도 같은 필체로

어떤 때는 노년의 필체로 다듬어나가다

처음에 그었던 한 획을 잊지 않고

나중에도 그려내었던 한 획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맞는 말이다.

 

보고 느끼며 살아 움직이는 필법을 알아볼 때

비로소 자신을 알아보듯이

내면의 감동을 남겨둔 필법이자 문장이다.

 

수없이 돌면서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었던 그였지만

결국엔 하나로 귀결되어져 남게 되었다.

 

복잡함은 간결함을 좋아하기에 그렇고

간결함은 복잡함을 덜어내기에 그렇다.

 

붓을 잡고

붓을 놓는 그 순간까지

붓을 잃어버린 그였다.

 

불멸의 역사가

그를 바로 세우는 일만 남았다.

 

201847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