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위해 산다
태어날 때부터
등에 지며 살아간다.
힘겨울 정도로 큰 짐이다.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우문현답이다.
무엇보다도 하루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죽고 싶다고 죽을 수도 없다.
살고 싶다고 살 수도 없다.
부연하면
죽음을 눈앞에 두어도
죽을 수가 없고
말기 암으로 인해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하루는 의무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하루는 생각보다 길다.
아침부터 시작하여
점심을 지나
저녁이 되어야 끝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별거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길 수밖에 없다.
똑같은 하루인데
사람마다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다 다르다.
사는 것은 도토리 키 재기이자
그놈이 그놈이다.
불행과 행복 사이에
커다란 틈이 있는 것 같지만
고단한 것은 마찬가지다.
다 그것이 그것이다.
돈이 많아도 그렇고
돈이 없어도 그렇다.
많이 배워도 그렇고
많이 배우지 못해도 그렇다.
결국은 하루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인생은 왜 사냐고 물어도
삶의 근본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듯이
인생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불행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선택의 자유다.
그 누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레오파트라를 안다는 것은Ⅰ (0) | 2017.10.21 |
---|---|
하루의 시작 (0) | 2017.10.21 |
행복은 짧고 불행은 길다 (0) | 2017.10.20 |
다산초당(누락) (0) | 2017.10.19 |
두물머리 딸기밭(누락) (0) | 2017.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