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버틸수록 강해지는 것이 바람이다

청아당 2016. 11. 27. 18:00

버틸수록 강해지는 것이 바람이다

 

바람은 침묵할수록 더 거세진다.

 

바람은 고요를 흔들거나 정적을 깨기도 하지만

침묵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욱더 거세진다.

 

움직이는 바람은

한곳에 오래 붙잡아둘 수 없기에

침묵이 깊어질수록 바람의 저항은 더욱 커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바람도 소통이 잘되는 바람이 있는가하면

소통이 잘 안 되는 불통의 바람도 있다.

 

바람도 일신의 안위를 위해 침묵하지 않는다.

바람도 일신의 안위를 위해 방어막을 치지 않는다.

 

무엇이 떳떳하고

무엇이 정의로운지를 알지 못하는 바람이지만

홀로 살기위해 모든 권력을 향유하지 않는다.

 

놓고 싶을 때 놓고

잡고 싶을 때 잡으며 사는 것이 바람이다.

 

오로지 깊은 침묵만이 자신이 살길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때 가슴을 치고 통곡할 날이 올지 모르기에

언제 어느 때 망국의 길로 내몰리는

그런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이 바람이다.

 

초심은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가?

변심은 얼마나 불순하고 추한가?

 

하지만

바람은 빛이 되었다가 어둠이 되기도 한다.

 

 

()의 나라가 아니던가?

()의 나라가 아니던가?

용서의 나라가 아니던가?

 

바람은 홀로 거대하기도 하지만

바람은 홀로 작아지기도 한다.

 

 

바람은 촛불이 있다고 달려가지 않는다.

바람은 숲이 있다고 머물지 않는다.

 

바람은 연약한 듯 수줍기도 하지만

바람은 약한 곳보다는

강한 곳으로 달려가려는 속성이 있기에

바람은 숲과 사람들이 불러야만 달려간다.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고 행복한 곳일지라도

그곳이 아무리 추하고 불행한 곳일지라도

바람은 명분과 정의가 살아있다면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바람은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바람은 온몸으로 만질 수도 없다.

 

바람은 불속에 뛰어들어도 뜨겁거나 불에 타지 않고

바람은 물속에 뛰어들어도 숨 막히거나 물에 젖지 않는다.

 

하지만

바람처럼 약한 것도 없고

바람처럼 강한 것도 없다.

 

그 누가 바람을 바람이라 말할 것이며

그 누가 바람을 바람이라 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우리들의 가슴에 파고든 바람이기에

우리들은 이미 바람과 함께 지내고 있다.

 

때 되면 언제든 떠나는 것이 바람이지만

빛과 어둠이 사라진다하여도

바람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버틸수록 강해지는 것이 바람이다.

지구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주를 흔들어서라도

바람의 위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손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바람이 달려와

위로와 배려와 가슴 아픈 사연까지 다 덮어주는

마력이 숨 쉬고 있어

바람처럼 따뜻한 것도 없고

바람처럼 냉정한 것도 없다.

 

얼마나 더 강한 바람으로 불어야만 만족하겠는가?

얼마나 더 약한 바람으로 불어야만 만족하겠는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바람을 원하는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는 바람을 원하는가?

 

부질없는 것이 탐욕과 권력이 아니던가?

인생사 뒤돌아보면 후회의 나날이 아니었던가?

 

이제 더는 갈 곳이 없는 바람이기에

침묵이 더 깊어지기 전에 바람의 저항을 피해가야 한다.

 

가장 작은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듯이

몸도 마음도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홀로 서거나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보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20161127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